치매환자 대하기 (목욕 기피)

여름은 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이다. 이 시기에 간병을 하는 가족을 고민에 빠트리는 것이
목욕을 하지 않으려 하는 치매 환자 돌보기이다. '얼마 전에 했으니까.','감기 기운이 있어.'
등 다양한 이유를 들며 목욕을 권해도 하려 들지 않는다. 가족은 환자의 몸이 불결해지지는
않을지, 몸에서 냄새가 나지는 않을지, 주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목욕을 기피하는 환자에 대한 대처법을 알아본다.

목욕 기피의 이유

매일 씻는 습관을 가진 가족들에게 목욕 거부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처음에는 컨디션이
나쁜건가하고 생각하나, 2~3일이나 목욕을 하지 않으면 강한 어조로 목욕을 권하고, 1주일이
지나면 '더러워요.', '냄새나요.'라고 말하며 강제로 씻기려고 한다.
그러면 환자는 점점 더 거부하며, 큰 소동을 일으키게 되며, 그 중에는 몇 달이나 씻지 않는
사람도 있다. 다만, 신기하게도 더러워진 속옷은 순순히 갈아입곤 한다.

치매 환자 목욕을 기피하는 이유을 생각해보자, 임상실험에서 목욕을 하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된 사례가 있다. 그것은, 자택의 욕실을 싫어하는 남성이다. 그는 가족이 목욕을 권해도 완강히
거부하며, 방문 목욕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하였을 때는 큰 소동을 일으키며 저항을 하여 할 수
없이 포기하였다. 또한 데이케어 서비스에 참가시켜 그 곳에서 목욕을 시키는 것을 고려하였으나,
그 전에 데이 서비스에 참가하는 것조차 강하게 거부하여 목욕을 시킬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런 어느 날, 동거중인 중학생 1학년생 손자가 대야, 수건, 비누를 가지고 '할아버지, 목욕해요.'
라며 목욕탕에 가자고 했다. 손자는 자신의 부모님이 할아버지의 목욕 문제에 곤란해 하는 것을
알고, 이전에 함께 목욕탕에 갔을 때, 할아버지가 매우 좋아하시던 모습을 기억해내어 목욕탕에
가자고 한 것이다. 그 할아버지는 손자와 함께 목욕탕에 가 스스로 머리를 감고 손자의 등을 밀어
주고 둘이서 음료를 마시며 집에 왔다. 그 모습에 가족들은 모두 놀랐다. 그 후로, 주 1~2회 손자와
함께 목욕탕에 간다고 한다.

목욕을 기피하는 이유중에 집의 욕실이 싫다는 환자가 많다고 한다. 가족은 지금껏 오랫동안 집의
욕실을 써왔는데 이제 와서 '집의 욕실은 싫다.'라고 하는지 곤혹스럽다고 하지만 맞는 말이다.
다만, 치매 환자는 자의식 장애가 있기 때문에 지금과 과거를 혼동해버려 '씻으세요.'라고 가족이
말해도 앞의 예와 같이 떠올리는 것은 그 목욕탕의 독특한 소리의 울림이나 크고 편안한 욕조,
샤워장의 분위기일 것이다. 그 이미지는 집의 욕실과는 다르기 때문에, 목욕을 기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노인들의 집 안 욕실의 이미지는 좁고, 어둡고, 춥고, 폐쇄감이 있어 공포를 느끼는 환자도 있다고
한다. 또한 뜨거운 물이 흘러넘치는 것이 아까워서 집에서 목욕을 하지 않는 환자도 있다.
노부부끼리만 살거나 혼자 사는 고령자 중에는 목욕 준비나 뒷정리가 힘들고, 심지어는 '욕실 청소
까지는 불가능하다.'라는 이유로 목욕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럼 목욕탕이라면 목욕을 하는 것인가. 또한 데이 서비스의 목욕은 좋은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목욕탕에 가는 것이 귀찮다든지, 타인과 함께 목욕하는 것이 싫다든지 등의 이유로 목욕탕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데이 서비스의 목욕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옷을 입은
직원이 욕실에 있으며', '젊은 이성의 직원이 간병을 하는' 등의 이유도 들려온다.
신체에 관한 목욕 거부의 이유로는 '땀을 흘리지 않아서'가 가장 많다. 겨울에는 감기 기운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그 이유로부터 '감기에 걸리기 때문에', '추우니까', '몸이 차가워지니까' 등의 이유가
눈에 띈다. 고령자가 목욕을 싫어하는 이유로, 목욕하는 것은 몸에 좋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어쩌면 옛날에 몸이 안 좋을 때 의사로부터 '목욕을 삼가세요.'라고 들은 기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활습관과 목욕

목욕은 매일 생활에서 불가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살아가는 데에 반드시 행위는 아니다.
어쩌면 지금 시대의 고령자들의 젊을 적의 생활에서 매일 몸 전체를 씻는 습관은 거의 없지 않았을까.
하물며, 전후의 상황은 지금과 같이 물질적으로 풍부하지도 않았으며, 수도 시설도 도시 정도만 완비
되어, 지방 주민들의 대부분은 우물물이나 펌프를 사용했다. 아울러 샴푸나 린스, 기타 입욕 용품 등

도 없었으므로, 목욕은 일상생활 최저한의 행위였을 것이다. 오히려 매우 사치스러운 행위인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예전에는 목욕이 하나의 손님 대접의 하나였을 정도였으므로, 목욕을

특별한 행위로 여기고 있던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손자에게 이끌려 목욕탕에 간 노인은 어쩌면 손자의 제안에 '슬슬 목욕이라도 하러 갈까.'라고 순간적
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주위사람들로부터 목욕하는 것을 강요당해도 스스로 목욕의 필요

성을 느끼지 못하고, 또한 사람 앞에서 알몸이 되는 것에 대해 공포까지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 어린 시절 목욕탕의 기억이 살아나 목욕탕에 가 손자와 그 분위기를 만끽하였을 수도 있다.

목욕은 생활상의 행위이다. 그것에도 그 사람만의 목욕에 대한 가치관이나 방법이 있다. 치매 환자의

목욕에 대한 생각이나 방법을 무시하고 지금의 젊은 보호자들의 생활습관을 밀어붙이려고 해도, 치매

환자는 납득하지 못한다. 무언가 거부감이 드는 이릉ㄹ 시키려 들며, 꾸미고 있으며, 괴롭힘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목욕 기피의 대처

목욕을 싫어하는 치매 환자들에게도 그 이유는 있지만, 가족에게 있어서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위생상의 문제로부터 목욕이 필요하며, 꼭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목욕을 하지 않고도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목욕 준비가 되면, 우선은 목욕을 권해보자. 처음에 환자는 비교적 온화한 말투로 목욕을 거절할 것이나,

한번 더 권해보자. 그러나 그 이상 권하면 표정이 험악해지며 수습이 불가능하게 되므로, 무리하게 강요

하지 말고 포기하자. 그리고 따뜻한 물에 적신 따뜻한 수건을 준비하여, '이걸로 얼굴과 손을 닦으면 기분

이 좋아질 거예요.'라고 하며 양손위에 그 수건을 올려줘 보자. 따뜻한 물수건을 거부할 사람은 별로 없다.

거기서 타이밍을 보고 '몸을 닦을까요?', '발이 더러워지면 안 되니까 닦을까요?라고 상냥하게 권해보고,

그 권유에 응하면 준비한 새 속옷으로 갈아입히는 것까지 시도해보자.

여기서 비결은, 따뜻한 수건과 목욕을 강요하지 않는 것, 목욕과는 전혀 관계없는 세간 이야기를 하며 몸을

닦고 탈의를 돕는 것이다. 자신의 얼굴이나 손을 닦는 것이 가능하다면 무리해서 도우려 하지 말고, 환자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해주자. 병원에서는 따뜻한 수건을 내어주면 모두가 기분좋게 얼굴을 닦는다.

또한 얼굴닦기에 성공했다면, 다음에는 목욕 권유를 시도해보자.
기분이 좋아 보이는 순간을 노려서 '목욕을 해볼까요?'라고 말을 걸어보면 저항없이 목욕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 모처럼 하는 목욕에 가족 모두가 혈안이 되어 몸이나 머리를 씻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부드럽고 여유

로운 마음으로 목욕을 돕자, 경우에 따라서는 몸을 씻지 않더라도 욕조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샤워를 하는

것만으로도 몸은 어느 정도 씻겨 나가기도 한다.

특별한 사건을 끌어들여 목욕을 권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외래 진료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는 '내일은 병원에

가니까 목욕해요.'라고 권유하면 비교적 쉽게 목욕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내일은 OO로 외출하니까.',

'손자가 오니까.'등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어떤 남성은 3개월 이상 목욕을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손자의

결혼식 전날에 목욕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름에 목욕을 권유하는 방법으로는 '목욕을 하고 나와서 시원한 맥주(음료)라도 드실래요?'도 있다.

맥주(혹은 특정음료)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 될 수도 있다. 또는 아이스크림, 시원한 수박

등도 좋을 수 있다. 이렇게 목욕후에 즐길 수 있는 것을 내놓으며 권유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다.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보면, 고령자에게 있어서 '목욕을 한다'라는 것은 우리들과 같이 매일 습관적인 행위가

아니라 특별한 날을 맞이하기 위해 몸을 새롭게 단장하는 행위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은 목욕을 하여 몸을 깨끗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목욕을 싫어하는 치매 환자를 대할 때의 가장 중요한 점은 젊은 보호사가 생각하는 목욕에 대한 의미나 필요성

을 치매 환자에게 강제로 주입하지 않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습관은 치매 환자들에게는 이해되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젊은 사람이 치매 환자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생활습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 뿐만 아니라, 목욕을 거부하는 치매 환자에게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몸에서 냄새난다.', '불결하다.'

등과 같은 말을 내뱉으며 강제로 무리해서 목욕을 시키는 것이다.

또한, 목욕을 싫어하는 이유로, 욕실이 미끄럽거나 욕조에 들어가는 것이 무섭거나, 물 온도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등 욕실내의 환경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다. 환자가 목욕하고 있는 장면을 잘 관찰하며, 욕실이 미끄러

운지, 무섭지는 않은지, 손잡이의 위치는 적절한지 등을 물어보자. 최근에는 비교적 얕고 긴 욕조가 인기 있다고

하는데, 그러한 욕조는 고령자에게 대단히 위험하다고 한다. 욕조에서 다리를 뻗으려고 하면 그대로 뒤로 미끄러져

물에 빠질 우려가 있어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욕실의 환경에 대해서도 배려해야 한다.

그러나, 고령자에게 적합한 욕실환경으로 개축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므로, 데이 서비스 등에서 목욕서비스를 이용

하는 것이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집필자의 조언

목욕을 싫어하는 치매 환자를 돌보기란 여간 쉽지 않지만, 하루에 몇 번이나 목욕하며, 욕조안에서 실금하거나,

미끄러지고 넘어져 다치거나, 욕조에 빠질뻔하는 등의 목욕에 관한 다양한 문제의 대처에도 보호사들은 많은 고민

과 걱정을 한다. 보호사는 치매 환자가 안전하게 마음 편히 목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생각하지만 좀처럼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목욕을 하는 것의 최대의 목적은 청결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리해서 목욕시키지 않아도 환자의 위생면이

확보만 되면 된다.'라고 생각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몸을 닦는다든지, 옷을 갈아입히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청

결은 유지된다. 가족들이 '뭐, 됐어.'라고 조금만 마음에 여유를 가지는 것으로부터 치매환자도 '뭐, 됐으려나, 목욕

이나 할까.' 하는 기분이 될지도 모른다.

또한 목욕후의 개운함을 기억나게 하려는 자그마한 연구도 효과적이다.

저자: 이마이 코슈 (와코 병원 원장, 일본치매케어학회 전 이사장)
출처: 치매넷(일본) https://info.ninchisho.net/column/psychiatry_053